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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주는 책속의 구절

인생글귀 - <미생 >9권.종국(終局), 윤태호 12. 오차장의 일기

<미생(未生)>

윤태호

 

 

*종국(終局)

: 대국의 끝

 

 

 

 

 

 

 

 

오차장의 일기

 

 

 

얼마 후, 오차장은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그 전에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온 가족이 함께한 여행은 3년만이라고 했다.

 

제주도 바다에 발을 담그고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나는 그동안 회사에 가기 위해 집에 들른걸까?'

'지금의 휴가는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잠시 들른 것일까?'

 

그리고, 평소 적당히 대화가 되던 아이들과

묘한 유격을 발견했다고 한다.

[*유격(裕隔) : 기계 작동 장치의 헐거운 정도]

 

대화는 묘하게 핀트가 안 맞고 서로 금세 피로해졌다고.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퇴근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아이들을 보며 출근하고...

 

그러다 잠깐이나마 함께 있을 땐

과장이다 싶게 호들갑스러운 친근함을 나눴는데,

막상 말을 나눠보니 서로 너무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던 것 같았다고.

 

서로를 위해 사는 것처럼 스스로를 위로하며,

떨어져 있던 그날들 동안

서로의 상상 안에

어떤 아빠와 어떤 자식을 만들고 있었는지...

 

그래서... 제주에서 오 차장은...

고독해졌다고 했다.